충남 부여군 석성명 석성북로에 가면 시인 정한모의 흔적이 남겨져 있다. 부여군내에 있는 신동엽 시인이 부여를 대표하는 시인이지만 이데올로기의 대립과 혼돈의 역사 속에서 태어난 정한모(鄭漢模, 1923~1991)시인 역시 부여를 대표할만한 시인이다. 정한모 시인이 가지고 있는 색깔은 평범함과 겸허함이었다.
"시인이 하나의 ‘기수(旗手)’와 같은 존재라면, 스스로 ‘제3의 기수’쯤으로 자처하고 있는 나는, 자랑스럽게 나부끼게 할 깃발의 선명한 빛을 가지지 못하고 있다." 정한모 '후기'
부여의 작은 마을에서 생각지도 못한 문학인의 흔적을 만나게 된다. 정한모 시인 생가는 지도에서도 나오지 않는다. 정한모는 1923년 충남 부여에서 태어난다. 일본 오사카(大阪)의 나니와(難波)상업학교를 졸업한 그는 1955년 서울대학교 문리과대학 국문과를 졸업하고 1959년 같은 학교 대학원 국문과를 수료한 후 1955년도 중앙 일간지 신춘 문예에 정한모는 『한국일보』 신춘 문예에 시 「멸입(滅入)」이 입선되어 정식 등단한다.
표지만에서 안내해주는 대로 들어가다 보니 정한모 시인 생가로 가는 이정표가 나온다.
정한모 시인 생가로 가는 길에는 시골정취가 느껴진다.
그는 1958년 첫 시집 『카오스의 사족(蛇足)』을 펴내고 1959년 시집 『여백을 위한 서정』과 이론서 『현대 작가 연구』를 내놓은 뒤의 일이다. 시집 『여백을 위한 서정』에 담긴 시의 주조를 이루는 것은 바람 · 꽃 · 계절 · 산 · 시내와 같은 자연이 주 대상이었다.
정한모 시인의 집 앞마당에는 고추가 말려지고 있다. 전쟁으로 파괴된 인간성을 회복시키려는 강렬한 의지를 드러냈던 정한모 시인은 살아 생전에 활발한 활동을 하다가 1989년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한 그는 1991년에 들어 ‘대한민국 문학상’을 받게 된다.
정한모 시인 생가는 가건물로 새로 지어졌으며 지금은 입구가 막혀져 있다. 비석만이 정한모 시인 생가임을 알리고 있다.
정한모 가을에
맑은 햇빛으로 반짝반짝 물들이며
가볍게 가을을 날으고 있는
나뭇잎,
그렇게 주고받는
우리들의 반짝이는 미소로도
이 커다란 세계를
넉넉히 떠받쳐 나갈 수 있다는 것을
믿게 해 주십시오
흔들리는 종 소리의 동그라미 속에서
엄마의 치마 곁에 무릎을 꿇고
모아 쥔 아가의
작은 손아귀 안에
당신을 찾게 해 주십시오....
빨갛게 익어가는 고추처럼 정한모 시인은 교육자로서 문화행정가로 무르익었던 사람이다. 1988년에는 문화공보부 장관이 되어 남쪽에서 작품들의 공간과 논의가 금지되어온 월북 및 납북 문학예술인들을 해금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가끔 차가 한 대씩 다니는 이길에서 그의 시상에 빠져본다. 다소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휴머니즘의 옹호와 생명의 탐구라는 일관된 사상적 지향을 보여주었던 정한모는 인간긍정과 신뢰라는 휴머니즘을 항상 생각하고 있었다. 그의 휴머니즘은 주로 ‘아가’의 이미지를 통해서 형상화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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