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적지 않은 사람들은 옳고 그름을 생각하기보다 내편과 상대편을 가르는데 더 익숙하다. 그런 국민들의 속성을 잘 알고 있는 정치인들은 편 가르기를 통해 자신의 지지기반을 확대해 나간다. 언론은 적당하게 떡밥을 던지고 국민들은 자신들의 생각이 아닌 TV에서 유명인이 말하는 내용을 자신의 생각이라고 착각한다. 그리고 주장하는데 그 속에 자신의 생각보다는 누군가가 주입해놓은 혹은 주입된지도 모르는 생각을 가지고 살아간다.
올해의 대선은 조금 일찍 치러질 가능성이 확실해지고 있다. 내편이면 옳지 않은 일도 넘어갈 수 있는 것인가. 옳은 선택을 할 수 있는 생각할 수 있는 뇌근육을 발달시킬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책을 읽는 것이다. 특히 철학은 생각의 근육을 키우는데 좋은 학문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와 존재하는 이유를 고찰하고 나아가서는 사회제도와 시스템이 한계와 고쳐야 할 부분이 무엇인지 돌아볼 수 있게 해준다.
책은 소크라테스의 문답법을 이용해 어떠한 답을 제시하는 것이 아닌 생각할 수 있는 다양한 가능성을 제시하는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책에서 등장하는 철학자들은 기원전 5세기에 등장한 소크라테스부터 최근의 인물인 존 롤스, 알래스데어 매킨타이어, 마이클 샌델까지 등장한다.
ROUND 1 빈부격차는 어디까지 허용될까?
빈부격차는 정말 불공평한 것일까? │ 아리스토텔레스, 애덤 스미스 vs 마르크스, 롤스
ROUND 2 살인은 절대악일까?
살인을 인정할 수 있는 상황이 있을까? │ 벤담, 모리 오가이 vs 칸트, 루소
ROUND 3 소년 범죄, 엄벌로 다스려야 할까?
엄격한 판결에 어떤 사회적 의미가 있을까? │ 밀, 공자 vs 벤담, 아리스토텔레스
ROUND4 인간의 본성은 선할까, 악할까?
성선설과 성악설 논쟁으로 알 수 있는 것은? │ 맹자, 루소 vs 순자, 홉스
ROUND5 전쟁은 절대악일까?
전쟁터에서의 살인은 허용될 수 있을까? │ 루소, 칸트 vs 홉스, 벤담
ROUND6 글로벌리즘과 애국심, 어느 쪽이 중요할까?
중요한 것은 세계인가, 국가인가, 아니면 자기 자신인가? │ 롤스, 칸트 vs 아리스토텔레스 vs 니체, 카뮈 vs 간디
ROUND7 역사를 움직이는 것은 무엇인가?
인간이 역사를 만드는 걸까, 아니면 다른 원동력이 있을까? │ 헤겔 vs 키르케고르
ROUND8 사회와 자신, 행동을 정하는 것은 어느 쪽인가?
구조주의와 실존주의, 20세기 최대의 쟁점! │ 레비스트로스, 소쉬르 vs 사르트르, 카뮈
ROUND9 최고의 쾌락과 행복은 무엇인가?
양적인 만족과 질적인 만족, 어느 쪽을 추구해야 할까? │ 벤담, 애덤 스미스 vs 밀, 에피쿠로스
ROUND10 자유는 정말 필요할까?
자유인가, 아니면 사회규제인가? │ 홉스, 카를 슈미트, 사르트르 vs 루소, 장자
ROUND11 인간은 ‘1+1=2’의 원리를 선천적으로 알고 있을까?
경험이 먼저인가, 이성이 먼저인가? 철학사적 대논쟁! │ 베이컨 vs 데카르트 vs 칸트
ROUND12 이 세계와 다른 별세계가 있을까?
세계를 둘러싼 일원론과 이원론의 싸움! │ 아리스토텔레스 vs 플라톤 / 아퀴나스 vs 아우구스티누스
ROUND13 신은 존재할까?
설명할 수 없는 것을 설명하다 │ 칼뱅, 야스퍼스 vs 포이어바흐, 니체
ROUND14 이 세계에 진리는 존재할까?
회의주의를 극복할 수 있을까? │ 데카르트, 칸트 vs 흄, 프로타고라스
ROUND15 인간은 무엇을 위해 살까?
삶의 의미는 무엇일까? │ 애덤 스미스 vs 키르케고르 vs 레비나스 vs 석가모니
책에서 제시한 모든 주제를 순서대로 읽어야 할 필요가 없으며 자신의 관심이 되는 주제를 골라 읽어보아도 좋다. 성선설과 성악설은 한국의 교육 시스템에서 쉽게 접하는 내용이다. 인간의 본성은 과연 선하다고 볼 수 있을까? 악하다고 봐야 할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인간이라는 존재는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지만 자신의 행위에 따라 선한이 와 악한 이로 구분이 된다. 문제는 사회가 혼탁하고 정치가 무도해질수록 자신의 욕망을 채우려는 사람들이 많아져 악인이 많아진다는 것이다. 맹자가 말하는 것처럼 타인의 불행을 못 본 척할 수 있는 측은지심으로만 사람의 선함을 주장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무지의 지 : 자신의 무지를 자각하는 것이 앎을 추구하는 출발점이라고 생각한 소크라테스의 사상. '인간 중에 소크라테스를 넘어서는 현자는 없다'는 델포이의 선택을 받았을 때, 스스로 무지하다고 여겼던 소크라테스는 신탁의 숨은 뜻을 고민한다. 그리고 마침내 참된 지지는 '신'뿐이며 인간은 자신의 무지를 자각함으로써 끊임없이 앎을 추구할 뿐이라는 깨달음을 얻는다. 즉, 이러한 '무지의 지'를 자각한 사람이 오직 소크라테스뿐이었기에 '현자'라는 신탁을 받았다는 것이다.
한 권의 책에 많은 것을 넣으려다가 보니 주제를 제시하고 이야기를 전개해가는 과정은 무난하나 마무리가 조금 아쉬운 부분이 있다. 인간은 자유로운 존재처럼 보이지만 생각 외로 자유롭지 않다. 사회와 가족이 자유를 제한하고 구속하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 특히 사유재산의 개념이 등장하면서 가진 것이 많으면 많을수록 자유롭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오히려 타락해지기 쉬운 부분도 적지 않다. 물질만능사회에서 상당수의 없는 편에 속하는 사람들은 기득권을 탓하지만 그들 사회로 들어가기 위한 욕구의 양면성도 내면에 가지고 있다. 장자의 사상은 소요유로 말할 수 있는데 이는 자유로운 경지에서 거침없이 마음을 놀게 한다는 뜻으로 장자가 꿈을 꾸었는데 나비가 되어 마음 가는 대로 훨훨 날아다니다가 깨어났다는 무위자연, 만물 제동의 사상과도 연결되어 있다. 이것은 분별이 가진 양면성일까?
사람들이 소속되기를 원하고 그룹이나 단체에 머물기를 원하는 것은 자유로운 존재가 가진 자유의 형벌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모든 것을 자기 의지로 결정해야 하고 인간이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 스스로 창조하고 생각해야 한다. 대다수 아니 90% 이상의 사람들은 불안을 싫어한다. 자유와 구속은 마치 인생의 무게추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방향이 결정되는 것처럼 밀접하게 연관이 되어 있다.
생각 없이 사는 것은 인간의 지성을 업신여기는 것이다. 인간이 어떤 의미나 목적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것이 철학이라는 학문이다. 철학 배틀은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이기도 하지만 생각하게 만드는 책을 많이 접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다소 어려운 책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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