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다(1000)/영화평(공포)

오피스, 비틀리고 어두운 한국직장이야기

어린왕자같은 식객 2015. 9. 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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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과하게 표현부분이 없잖아 있지만 오피스는 현재 한국 직장인들의 삶을 공포로 잘 표현해냈다. 전형적인 한국의 직장인은 위아래 서열이 확실하고 상사의 말에 무조건 복종하면서 애매한 가족같은 분위기에서 직장생활을 한다. 군대는 아니지만 군대조직과 비슷한 스타일로 굴러가도 사람들이 참았던 것은 일을 잘하는 것보다 말을 잘들으면 적어도 오래 다닐 수는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IMF와 2008년 리먼 사태 이후로 한국의 직장문화는 송두리째 바뀌었다. 충성을 해도 잘릴수 있고 정년은 커녕 최근에는 40세까지 버티는 것도 쉽지 않아졌다. 문제는 전형적인 한국의 기업 문화가 남아 있다는 사실이다. 갑질하는 상사는 그대로 갑질을 하는데 을의 입장인 밑의 직원은 그 갑질을 그대로 받을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직장문화가 선진국 스타일로 바뀌었다고 하는데 그건 어디까지 회사가 좋은 입장으로만 바뀌었고 단물을 쏙빨아먹고 내뱉은 한국스타일로 왜곡이 되어버린것이다. 이제 인턴을 모집하여 그들의 열정을 거름처럼 써먹고 평가하여 상당수의 사람들을 내쫓기까지 한다. 그과정에서 회사의 이익은 극대화되었다. 일명 좋은 회사라고 하는 곳은 2명이 할일을 1명에게 시키고 임금은 1.5배정도 준다. 회사업무에 필요치 않은 스펙을 열심이 쌓은 젊은이들을 거르고 걸러서 2배수 혹은 3배수 이상으로 뽑는다. 그리고 회사가 굴러가기 위한 잡무를 시킨다. 잡무를 정직원 시키면 안되냐고?..그럼 2명이 할일을 한 명이 해낼 수가 없다.

 

 

 

열정으로 일해라.

 

모든일에 열정은 필요하다. 그런데 그 열정이 타고 나서 숯이 아닌 재가 되어버린다면 그 사람은 점점 태울 것이 줄어들게 된다. 있는 열정이라는 열정을 모두 태우다가 장렬하게 산화가 되어버린 김병국 과장은 더이상 갈곳이 없다. 다른 곳에서 태울 재료가 없어져 버린것이다. 그리고 태울재료가 있긴 하지만 아슬아슬한 줄타기와 팀 모두의 갑질에 지쳐가는 인턴 이미례가 있다. 김병국 과장은 인생의 끝이라고 생각하는 지점에서 집으로 돌아가 자신의 가족 모두를 살해한다. 그리고 이미례는 새로들어온 자신의 경쟁자 신다미로 인해 구석으로 몰리게 된다.

 

 

무언가 의심스러운 회사

 

한국에서의 직장생활은 더 각박해지고 있다. 너무나 시스템이 잘 만들어져 있어서 어느 누구라도 대체될 수 있게 되어 있다. 회사에서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착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착각이다. 회사는 당신이 없어도 아주 잘 돌아간다. 타임푸어에 시달리는 직장인들이 많다. 업무능력에 있어서 상대적 시간빈곤은 어느정도 해결가능하지만 절대적 시간빈곤은 몸으로 때워야 한다. 6시가 넘어 퇴근하려고 하는데 내일 오전 7시에 미팅할 자료를 만들라고 지시하는 것은 퇴근하지 말라는 의미다.

 

회사는 정치가 필요한 곳

 

어떤 회사이든지간에 정치는 있다. 특히 대리 이상급으로 가다보면 정치는 선택이 아닌 필수과목으로 자리잡는다. 보통 부장급정도 되면 자신을 잘 보좌할 밑에 라인을 하나 만드는데 그건 과장급이 아닌 대리급에서 보통 선택한다. 자신의 목을 옥죌지도 모르는 과장급보다는 대리가 편하기 때문이다. 회사에서 본부장이나 이사급의 꿈을 꾸고 있는 부장이라면 보통은 그렇게 한다. 영화에서 김상규 부장은 실적을 위해 부하직원들을 물건처럼 취급하는 캐릭터다. 그리고 자신이 잘못되었다고 절대로 생각하지 않는다. 임원급 회의가 아니면 자신이 거기서는 왕이기 때문이다. 왕은 잘못될 수가 없다. 신하가 잘못한 것이지...

 

 

내가 살아남기 위해 피해자를 만들어라

 

어떤 조직에서든 왕따가 있고 피해자가 생겨난다. 그래야 자신들이 편해지기 때문이다. 열심이 하는 노력과 나름의 커리어우먼으로 자리를 잡으려는 홍지선대리, 김상규 부장 라인의 정재일 대리, 미운 시누이같은 염하영, 얍삽한 서울 사람 이원석, 이미례를 대체할 직원으로 들어온 인턴 신다미가 그나마 악의가 없다.

 

영화에서 사건을 제 3자의 눈으로 바라보는 형사 종훈이 그나마 정상적인 캐릭터다. 경찰이라는 조직에 있지만 각박하면서 사람이 괴물처럼 변해가는 회사를 의아한 눈으로 지켜본다. 굳이 사건해결을 잘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나마 이 영화에 온기를 불어넣는 역할이라고 보는 것이 맞을듯 하다.

 

그러니까..사람을 적당히 구석으로 몰아넣으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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