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체험단 및 삶이야기/책에 대한 생각

까칠한 아저씨이야기 '오베라는 남자'

어린왕자같은 식객 2015. 5. 2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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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베라는 남자의 표지를 보니 깔끔 그자체다. 백색바탕에 검은색으로 되어 있는 책제목을 보니 오베라는 남자가 어떤 사람인지 느낌이 온다. 사실 이 표지는 정식으로 출간되기전에 받은 책이기에 저렇게 깔끔하다. 원래는 화난 표정의 장년남자의 모습뒤에 하늘색 바탕이 정식 책표지이다.

 

사람은 누군가 위대한(?) 존재에게서 삶을 부여받고 살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한 남자 오베가 있다. 묵묵히 자기할일을 해가면서 조금이라도 규칙에 어긋나는 것이 있다면 참을 수 없는 남자 오베는 변화를 가장 싫어한다. 6시 15분전에 기계처럼 일어나서 커피를 내리고 자신의 집부터 마을 주변을 시찰한다.

 

"그는 은퇴를 바라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어덯게 자기들이 잉여가 될 날을 고대하면서 평생을 보낼 수 있지? 하릴없이 배회하면서 사회의 짐이나 되는, 대체 어떤 인간이 그런 걸 소망하지? 집에 앉아 죽을때나 기다리는 삶. 더 최악인 것은 누군가 자길 양로원에 집어넣어주길 기다리는 일일 것이다.   - P 41

 

완전 무결한 삶을 꿈꾸며 60평생을 살았던 오베의 삶에 조금씩 균열이 발생한다. 아주 불쾌한 일이다. 자신이 예측하지 못했던 일이 소냐라는 여자를 만나면서 부터이다. 오베는 자신에게 색칠할 수 있는 색깔이 검정과 흰색뿐이라면 소냐는 정말 많은 색깔의 물감을 가지고 있는 여자이다. 세상에서 하나의 부품처럼 살아왔던 오베가 변하기 시작한다.

 

 

세상은 쉽게 변하지 않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 역시 쉽게 변하기 힘들다. 소냐를 잃고 나서 오베는 다시 무채색의 본인으로 돌아가버린다. 인생이 무의미해진 오베는 세상을 떠나기 위해 노력한다. 자살을 하려는 가운데 자신이 신념처럼 지켜왔던 원칙은 끝까지 지키려 한다. 이제 내 색깔이 무엇인지 모호해지기 시작할때 나는 과연 어떤 색깔을 가진 사람이었는지 다시금 생각하게 해준 인물이 오베였던 것 같다.

 

사람들에게는 자신만의 가치가 있다. 명품을 좋아하는 어떤 여자는 C사의 제품에 열광할때고 차에 미친 어떤 남자는 B사에 열광할지 모른다. 오베는 고집스러워보이는 Saab차를 좋아하며 북유럽에 사는 사람이니 만큼 IKEA같은 제품에도 열심이 기름칠을 해대는 사람이다. 어떤 영화의 대사처럼 갈때 가더라도 담배한대 정도는 괜찮잖아라는 말처럼 오베는 죽을때 죽더라도 자신만의 패턴을 끝까지 고수한다. 세상에 쓸모없는 쓰레기같은 사람들과 작별을 고하기 위해 다양하게 시도하지만 주변 사람들은 그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제기랄..왜 이렇게 제대로 할줄 모르는 사람이 많은거야...

 

 

 

세상은 그를 이해해주지 않았다. 인생의 1/3을 보냈던 직장에서 그만두게 되고 고집불통 한 방향 소통만 하던 그를 받아주는 유일한 여자는 아내뿐이었다. 세상을 이해할 의지도 없었고 능력도 없는 한 남자의 삶을 그린 오베라는 남자

 

자잘한 에피소드를 읽으면서 고개를 끄덕거리기도 하고 오베라는 남자가 어떤 생각을 가졌는지 이해를 하기 시작한다. 죽음이라는 것이 아주 멀리 있다고 살아가는 대부분의 사람들과 달리 항상 그 문앞에 서있는 그를 보면서 인생에서 죽음은 생각보다 가까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는 자신만의 색깔을 가지고 살았고 행복하게 떠났을 듯 하다.

 

"죽음이란 이상한 것이다. 사람들은 마치 죽음이란 게 존재하지 않는 양 인생을 살아가지만, 죽음은 종종 삶을 유지하는 가장 커다란 동기 중 하나이기도 하다. ....다른 이들은 죽음에 너무나 사로잡힌 나머지 죽음이 자기의 도착을 알리기 훨씬 전부터 대기실로 들어가기도 한다. "  -p 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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