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체험단 및 삶이야기/책에 대한 생각

비밀정원, 고전적인 색채에 아름다움과 은밀함

어린왕자같은 식객 2014. 10. 1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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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배경이 된 종가에 대한 묘사를 읽으며 생각나는 것이 하나 있었다. 논산 노성면에 위치한 윤증 명재고택이다. 명재고택 역시 300년을 내려온 종가이면서 아직도 수백년의 흔적을 가지고 있는곳이기 때문이다. 고택은 고택대로 역사와 전통을 가지고 있다. 특히나 앞선 선구자라고 했던 조선의 마지막 양반들은 천주교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소설의 배경이 되는 노관은 조선 양반가의 표본이 되는 고택이면서 묘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이들의 가족관계에 파동이 일어나는 계기는 율이 삼촌이 귀국하면서 부터이다. 엄마와 율이 삼촌과의 관계, 테레사라는 소녀 이들의 비밀을 슬쩍슬쩍 엿보면서 이야기가 진행되는 방식은 몽환적인 느낌마저 든다.

 

p 84  우리의 암호는 '열려라, 연못!'입니다.

 

 

 

소설의 배경이 되었던 시기는 정치적으로 민주주의를 맞이하지 못했던 때이다. 유신헌법, 다시 권력잡은 신군부, 그리고 복잡한 사회분위기속에 노관만이 그자리에 머물러 있는듯한 느낌이 든다. 실제로 고택을 가보면 고요하면서 시간이 머물러있다는 인상을 받게 되는데 오래된 기둥과 대들보를 보는 느낌이 매혹적이기까지 하다.

 

색다르게 요정이야기도 등장한다.

p115. 물론이지요! 물건들이 닳았을 때나 부서졌을 때 요정들은 그 물건과 함께 죽는답니다. 마찬가지로 아이가 죽거나 연인들이 변심했을 때도 요정들은 그들과 함께 죽습니다.

 

 

비밀정원은 어찌보면 말랑말랑한 소설이다. 소설속에는 적지 않은 시가 등장하는데 그 시를 음미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p 178

녹슨 하프와 갈라진 심장을 내던지고

피안으로, 나의 영혼의 고향에

휴식하러 가고 싶다.

너는 나의 영혼의 고향이 다른 사람이다.

그것이 우리 죄의 전부다.

 

 

 

앞서 말한것처럼 테레사라는 소녀의 글들은 습작 같은느낌이 들어서 조금은 불편하기도 했지만 중반부를 넘어서면 모든것의 비밀이 마치 폭로하듯이 공개되어버린다. 율이 삼촌의 어머니에 대한 과잉된 사랑은 조금은 불편하기도 했지만 근거리에 있는 딸에게 무심한듯이 대하는 어머니에게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을까라는 호기심에 책을 끝까지 읽었던것 같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야기이면서 시대적 배경도 잘 녹아 있다. 강렬하면서도 유교적인 분위기때문에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야기가 노관에서 벌어진다. 명재고택의 장맛을 결정하는 씨간장처럼 조금은 불친절해보이는 비밀정원을 읽으며 미래에 탄생하게 될 쫄깃한 문학의 자양분이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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