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다(1000)/영화평(스릴러)

내가 살인범이다, 살인도 평범하게 취급되는 세상

어린왕자같은 식객 2012. 11. 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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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살인범이라는것을 보면 생각나는 철학자가 있다. 한나 아렌트라는 사람으로 악의 평범성에 대해주장한적이 있다. 살인이 평범해진다고 해서 살인에 대한 공포가 사라지는것은 아니지만 살인같은 행동을 하는 사람들 단순한 '악한'으로 치부할 수 없다는 결과가 도출되게 된다. 그럼 살인이라는 일이 더욱 일상생활과 가깝게 느껴지고, 오히려 우리 누구라도 저지를 수 있는 행위라면 과연 얼마나 악하다고 봐야 하는가를 생각하게 한다.

 

내가 살인범이다라는 영화는 정재영과 박시후의 조합으로 만든 영화이다. 이런 조합으로 승부를 보는것은 스토리와 캐릭터성으로 영화의 성격을 규정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15년전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연쇄살인사건과 공소시효가 지난 범죄자는 이미 미국등에서 컨텐츠로 어느정도의 성공을 한 사례가 있다.

 

공소시효가 필요할까?

 

지금은 살인에 대한 공소시효가 바뀌었지만 예전에는 15년이라는 시간만 지나면 모든죄를 공식적으로 용서받을 수 있었다. 15년이란 시간동안 심적인 고통을 생각해서 만든 법적인 제도인데 마치 중세 교황청이 발급했던 면죄부와도 비슷하다. 당시의 면죄부는 돈이 많은만큼 자신이 저지른 범죄에 죄를 용서받을 수 있었다. 마치 지금의 사법제도와 어딘지 모르게 닮아 있다.

 

 

살인범을 잡을 수 없다면

 

공소시효가 끝난 살인범이 자신의 이야기를 책으로 내서 베스트 셀러가 되고 그 살인범을 법적으로 처벌할 방법이 없는 경찰의 이야기이다. 여기에 복선으로 등장하는것이 자신이 살인범이라고 주장하는 두명이 등장하면서 이 진실게임이 재미있게 될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을 하지만 어디까지나 생각으로 끝이 나고 만다. 영화의 전개가 다소 어설프면서 감성에 치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매우 나쁜 남자에 휘둘리는 여자들

 

예전에도 그랬고 근래에도 그랬지만 잘생겼다던가 스타들이 남자일경우 물의를 일으키면 옹호하는것은 대부분 여성들이다. 물론 그렇지 않은 여성이 더 많겠지만 영화에서도 공소시효가 끝난 연쇄살인범에게 여기자가 하는 질문이 '피부가 정말 좋으신데 어디서 관리하셨어요'라고 물어보고 살인범의 팬클럽은 북적거린다.

 

외모만 괜찮다면 살인범도 상관없다라는 대중들의 심리와 살인범과 희생자의 유가족들이 분노해도 세상은 문제없이 돌아가고 살인범의 인권은 지켜진다. 영화에서 말하고 싶은것은 아마도 단죄의 힘과 함께 정의는 존재한다를 말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영화의 초반은 얍실하게 생긴 이두석이 모든 상황을 장악하고 지배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최형구 반장의 거칠으면서 단순함이 비중상으로 더 크게 다가온다. 좀 오버스러운 액션도 있고 비현실적인 부분과 자극적인 설정이 다소 눈에 거슬리는것도 사실이다.

 

연쇄살인을 저지른 강력범죄자가 스스로 살인범이라고 밝히고 온갖 미디어가 주목해주는것은 지금의 언론들과 다르지 않은것 같다. 지금도 네이버등의 메인을 보면 "약 탄 주스 마시게 하고 인신매매" 알고보니 (세계일보), 여배우 '시집에 대들고 바람 피우는..' (서울신문), 여중생과 모텔간남 다급히 파출소 찾아가 (해럴드경제), 여방송인 동료 협박해 자살까지 (코리아 헤럴드)

 

지금의 미디어들이 저럴진대 범죄자가 스타되는것이 별로 낮설지 않은 느낌이다. 희생자 가족들을 찾아가 회개하는 모습은 마치 요즘의 정치인의 행보와 상당히 닮아 있다. 영화는 끊임없이 의문감을 가지고 영화를 보게 한다. 박시후가 살인범인가? 그리고 박시후를 어떻게 징벌할것인가?

 

영화는 그다지 짜임새 있는 스릴러는 아니다. 액션이 있고 나름의 심리전이 있기는 하지만 정의로우면서 액션을 잘 소화한 정재영을 보는것에 만족해야 할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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