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다(1000)/영화평(일반)

'UP(업)' 내 인생의 기준을 바꾸다

어린왕자같은 식객 2009. 7. 30. 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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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다지 기대는 하지 않고 본 영화에 인생철학이 담겨있는것을 보고 내 나름 느낀바가 많았다. 애니는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의 생각까지도 바꿀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비록 어린아이들이 영화를 많이 본덕분에 옆에서는 혼잣말로 떠들어대고 뒤에서는 울고 멀리서는 웃기지도 않은 장면에 웃고 앞쪽에서는 과자봉지 소리가 거슬렸지만 이 모든것을 감수하고라도 볼만한 영화였던것 같다.

 

애니메이션 영화라도 더빙으로 보는것을 상당히 안좋아하는데 한국영화인 해운대와 국가대표가 과반수를 차지한 덕분에 업이라는 영화에 더빙판과 원어판을 배정해줄 여유는 없는듯 했다. 그러나 이순재 선생이 주인공 칼 프레드릭슨의 목소리를 연기한 덕분에 나름 감정이입이 가능했다.

 

 UP - Life : 다들 인생을 업시키고 싶어서 난리다. 한국사회도 계층이라는것이 존재하고 안보이는 계급사회이다. 서민들은 유일무이한 이 계급사회로 진입하기 위해서 모든 돈을 자녀의 교육에 쏟아 붙는다. 그러나 업이라는 영화에서는 인생을 업시킬수 있는것은 자신의 사소한 꿈이다. 모험 한번 해보고 싶다는 칼 프레드릭슨의 소망 그것에서 출발한다. 인생의 수준을 올리는것은 사회가 만들어놓은 잣대가 아님을 생각해보길 바란다.

 

 영화는 초반부에 인생이라는 것이 이런것이다라는것을 보여주는데 극장에서 처음 접한 모험가의 모험이야기에 심취해 있던 칼이 비슷한 취향의 소녀를 만나 꿈같은 결혼을 하게 된다. 수줍은 소년은 다른 이와 커뮤니케이션에 익숙하지가 않다.

 

누구나 그렇듯 열심이 일하고 중간중간에 가까운곳에 여행을 가고 꿈같은 여행을 가고 싶었지만 늘 인생이 그렇든 돈 쓸일은 계속 생긴다. 인생의 축소판이라고 할까나 마치 내가 그 인생을 살아본듯 아쉬움과 아련함이 밀려오기 시작할무렵 영화는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UP - Goal : 누구에게나 인생에서의 목표는 있다. 어떤이는 공무원이 되는것 어떤이는 자식을 대학까지 보내는것, 어떤이는 정치가가 되는것이라고도 한다. 칼의 꿈은 단 하나!! 남 아메리카에 가보는것이다. 한국에서 가는것도 아니고 아메리카에서 남아메리카는 풍선타고 갈만한 땅인것이다. 그러나 어떤이의 꿈이자 명예이며 물욕은 희귀새를 찾는것이다.

 업에서 희귀새 캐빈은 마치 못이룰 꿈같은 존재이다. 현실에서 존재하지 않는 대상을 향해 평생을 매진하고 인생을 소진해가는 인간들을 그린것 같은 느낌이 든다. 마치 만화속에서 튀어나온것 같이 실존하지 않을것 같은 새를 찾기 위해 어떤이는 평생을 바치고 잠깐 잡아본다.

 

UP - Friendship : 70평생을 부인과 우정과 사랑을 가지고 살았던 칼은 70이후에 노후를 고집 쎈 8살의 초등학생 러셀과 엮어진다. 누구에게나 우정이라고 말할수 있는 사람은 있을것이다. 세상은 혼자살기도 힘들고 혼자살고 가면 누가 기억해줄것인가? 70대 노인과 8살의 러셀..이 두명을 보면 이 영화의 스케일이 대충 짐작이 갈것이다. 삐꺼덕 거리는 노인과 뚱뚱한 8살 소년..다이나믹한 연출을 하기에는 좀 무리지만 그렇다고 해서 액션이 아예 없는것도 아니다.

 

 그다지 민첩하지도 않은 두사람이서 모든 여행의 굴곡을 겪은 덕분에 영화는 잔잔하면서도 묘한 감동을 선사한다.

 

인생 머있어 성공하는거지가 아니라 같이 갈사람들이 주변에 있다는것이 행복이라는것을 알려주는 영화 그게 바로 업인듯 하다.

 

UP - Bad guy : 픽사 애니메이션이 그렇듯 악역이 진짜 악역같지가 않다. 이번영화 업에서는 좀더 업그레이드가 되었을까? 살펴보면 자신이 설계한 비행선을 타고 세계의 오지를 수없이 다니며 온갖 보물과 자료 그리고 동물을 수집한 모험 영웅 찰스가 바로 그 악역이다. 희귀새의 유골을 가지고 왔지만 사기꾼 취급을 받자 그 새를 생포하려고 파라다이스 폭포로 떠난다.

 

수십년의 실패 탓일까? 혼자만 살아온 탓일까? 늙은이의 까칠함이 극에 다다르면서 마침내 칼과 러셀을 괴롭힐수 있는 악역으로 탄생한다.

 나이를 미루어 짐작해보건데 악역으로 등장할때의 나이는 90정도로 추정된다. 살만큼 살았다고 볼수 있지만 그렇게 정정할수가 없다. 물론 수십년간의 비행에도 비행기 부품도 멀쩡하다. 정이라고는 눈꼽만치도 찾아보기 힘들것 같은 코에 광대뼈가 그 고집을 보여주지만 안타까운 악역이라고 할까?

 

UP - Go home empty-handed : 업은 블록버스터 같이 영상이 확확 지나가는것이 없는 영화이다. 오히려 아름답게 보이는 장면이 많다고 할라나? 그렇기 때문에 아이들의 잡담소리가 커졌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지민이는 처음부터 끝까지 집중해서 보는것을 보면 재미있는 영화임에는 틀림이 없다.

 

 마지막 목숨이 위태롭다던가 친구가 위험에 처해있다고 하면 자신이 지금까지 손때를 묻혀왔던 재물을 버릴수 있겠는가? 영화에서는 인간보다 소중한건 없다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의 모든 사람들은 집 하나 마련하는데 모든 힘을 기울이고 평생을 바쳐가면서 살아간다. 영화에서 칼은 '집은 집일뿐'이라는 명대사(?)를 남긴다. 집은 인생이 아니다 살아가기 위한 수단 중에 하나일뿐이다. 남에게 보이기 위한 과시수단 자식에게 더 좋은 입지를 보장해주는 인생의 급행티켓이 될수는 없다.

 

UP - Pixar : 업은 픽사의 10번째 작품이다. 풍선을 달고 공중을 나르는 집이라는 상상 나도 어렸을적에 해본적이 있다. 그러나 지금은 잊어버린 옛날 이야기 같은 느낌이 든다. 세상에서의 탈출이 이 영화의 모토였다면 이영화를 보는 관객들은 잃어버렸던 진정한 인생이라는 의미와의 조우라는 생각이 든다.

 

실제 영화에서 파라다이스 같이 그려진 파라다이스 폭포는 오지로 신비스럽긴 하지만 가기 힘든 테푸이 산이다. 아래사진이 테푸이 산의 모습인데 영화의 그것과 거의 흡사하다.

 영화는 실제로 나무로 된 집을 띄우려면 몇개의 풍선이 필요한지 시뮬레이션을 했다고 하는데 약 2~3천만개의 풍선이 필요하다고 한다. 물론 황당하기는 하지만 3D 작업으로 실제 작업된 풍선의 수는 20,622개나 도니다고 하니..실제감은 더해진듯한 느낌이 든다.

 

영화는 초반에 희한한 애니메이션을 하나 준비했는데 그게 업과 무슨상관이 있나 한참을 집중해서 쳐다보았다. 마치 헐리우드판 삼신할매의 모습이라고 할라나? 영화의 시작을 아주 경쾌하게 열어준 느낌인데 재미있기도 재미있다.

 

영화 업은 말그대로 자신의 인생의 만족도를 업시켜줄수 있는 영화임에 틀림없다. 내가 잊어버렸던 꿈, 잊어버렸던 친구, 잊어버렸던 여행을 찾을수 있는 용기를 관객의 마음속에 살포시 넣어주고 Pixar는 살포시 빠져나간다. 마지막의 빛바랜 칼과 앨리의 즐거운 한때가 주마등처럼 스쳐가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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