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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 고려청자 디지털 박물관의 천년 비취색

어린왕자같은 식객 2018. 1. 19.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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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마다 선호하는 색깔은 다르지만 눈에 피로가 가장 적은 색은 대부분 동일하다. 녹색 계열의 비취색은 오랜 색채 연구에서도 가장 편안 한색으로 시각적으로 자극이 덜하다. 강진에 있는 고려청자 디지털 박물관의 2층에서는 강진 천년 비취색 꿈을 펼치다는 주제로 지난 5월 24일에서 올해 마지막 날인 12월 31일까지 전시전이 열리고 있었다.



비취라고 하면 보석일 수도 있고 보석 색깔일 수도 있다. 비취옥의 빛깔과 같이 곱고 짙은 푸른색. 비취의 색으로 밝고 고운 초록. 비취색은 비취라는 보석의 색깔에서 비롯되었는데 한민족의 오랜 기술의 절정인 고려청자의 색깔도 비취색이다. 

디지털이라는 컨셉에 걸맞게 이곳은 디지털로 접할 수 있는 것들이 많다. 강진이 고려청자의 고장인 것은 알지만 아직까지 그 시대가 만들었던 신비의 색깔은 온전히 재현하고 있지는 못하다. 조선백자도 있지만 우리의 색이 가장 잘 우러난 것은 강진의 고려청자나 조선의 분청사기가 아닐까. 청자를 바라보고 있으면 눈이 편안해짐을 느낀다. 


전남 강진에는 고려청자 가마터들이 출토되었는데 그곳에서의 기록을 토대로 고려청자를 재현해서 다양한 작품을 만들어내고 있다. 고려청자의 시작은 신라 시대의 기술인 토기를 굽는 형태의 자기로 발전되어 어다가 고려의 순수함을 의미하는 기술로 자리매김했다. 초기에는  푸른 하늘색(비색)의 순수한 청자가 만들다가 그릇 표면에 그림을 파 새기고, 희거나 검은흙을 메워 고르게 한 다음 초벌구이를 하고, 다시 유약을 발라 구운 상감 청자가 만들어 냈다. 



아쉽지만 재현은 어디까지나 과거의 기술을 복원하는데 한계가 있다. 당시에 장인이 어떤 기술을 가졌는지 온전히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재현은 과거를 흉내 내는 것부터 시작하는데 강진은 40여 년이라는 오랜 시간 고려청자 재현사업을 했지만 아직도 그 당시의 기술을 온전히 복원하지는 못했다고 한다. 



사진 속의 청자뿐만이 아니라 실제 국보급 청자에는 다양한 문양이 새겨져 있는데 고려시대 최고의 기술로 만들어지던 청자는 고려의 국운이 다하면서 독특한 아름다움 역시 같이 시들어갔다. 고려청자의 아름다운 색은 고려의 흥망성쇠와 함께 했던 셈이다. 지배계층을 위해 만들어졌던 청자는 점차 그 색이 아름다운 비취색이 아닌 회청색이나 갈색으로 변해간다. 


아름다운 비취색 기반에 고려청자는 무늬를 새기고 새긴 자리에 다른 색의 흙을 넣어 만든 상감 기술, 무늬가 겉으로 두드러지게 나오도록 새긴 양각, 무늬가 안으로 들어가도록 새겨 만든 음각, 많지는 않지만 필요한 부분을 제외하고 나머지 부분을 파낸 투각 등의 기법이 있다. 

고려인들이 꿈꾸었던 비취색의 꿈은 오랜 터널의 시간을 지나 다시 부활하고 있다.  기반시설은 갖추어졌으니 이제 체계적으로 우리의 혼을 되살리는 일만 남아 있다. 


디지털 박물관이니만큼 이곳은 실물도 볼 수 있지만 3D나 가상현실 등으로 고려청자를 만나고 그 속에 숨은 그림도 찾아볼 수 있다. 

전남의 끝자락에 자리한 강진은 전라병영성이 있던 전략적 요충지이기도 했지만 9세기부터 14세기까지 500여 년간 집단적으로 청자를 생산했던 곳으로 우리나라 국보급 청자의 80% 이상이 강진에서 생산되었다.  



아름다운 작품도 좋지만 생활자기를 만들어서 파는 것도 중요하다. 그 명맥을 잇기 위해서는 자본이 돌아야 하기 때문이다. 청자 콘텐츠의 질을 높이는 길은 사람들에게 익숙하게 다가가고 이를 통해 업체의 자생력을 키우는 것도 포함이 되어야 할 듯 하다. 



아름다운 선과 색이 조화를 이룬 고려청자는 이제 시작 단계라고 볼 수 있다. 수백 년간에 걸쳐 만들어진 기술이 수십 년 만에 재현된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욕심일지도 모른다. 고려청자 박물관이 있는 이곳에는 10여 개의 개인 공방이 있는 청자촌과 고려청자 디지털 박물관, 청자재현 연구동, 체험장, 청자 전시 판매장, 화목가마 2기, 오토캠핑장 등이 조성이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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