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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의 형편없는 퓨전사극 '왕의얼굴'

어린왕자같은 식객 2015. 1. 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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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조를 통틀어 남다른 능력으로 비운의 세자 혹은 군주가 되었지만 그 이름을 실록에 제대로 올리지 못한 인물 두명을 꼽으라면 소현세자와 광해군일 것이다. KBS답지 않게 퓨전사극을 표방하며 야심차게 내놓은 작품은 바로 왕의 얼굴이다. 송강호 주연의 영화 관상도 있고 이병헌 주연의 영화 광해도 있었으니 이 두가지를 적당히 믹싱하고  이론적인 기반으로 수년전에 출간된 책으로 시대적 배경과 문화, 역사를 반영한다는 왕의 초상화를 다룬책 왕의 얼굴에서 가져오면 될 듯 하다.

 

공영방송에서 하는 퓨전사극이라고 해서 쭉 이어서 감상을 해봤다.

결론은 이건 머 종편에서 하는 퓨전사극의 재미도 없고 역사적인 고증은 없어도 된다지만 자기마음대로 판타지를 써버린 느낌의 역사관에 머 하나 제대로된 것 없이 만들어진 작품일뿐이다.

 

로마가 1,000년을 넘게 지속했던 이유는 분명히 있었다. 조선이라는 국가가 500년을 지켜온 이유 분명히 있었다. 대한민국 건국이 불과 100년에 도달하지 못했고 조선 왕조같이 500년을 지속하리라는 보장 역시 없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정조 이후에 조선은 봉건시대의 막을 내려야 했지만 끝까지 이씨왕조를 지키려다 결국 백성들의 고혈만 짜내고 종국에는 일본의 지배를 받게 되었다. 이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조선왕조의 왕세자들은 어떤 양반자제나 유생들보다 혹독한 정신적/육체적 수련과정을 겪어왔다는 것을 말하려고 하는 것이다. 지금의 판사들이 판결을 내리면 일부 정치인(?)을 제외한 대다수의 국민들을 그 결정을 신뢰하려고 한다. 판사에 이르는 과정이 일반 사람들에 비해 충분히 혹독하고 중립을 지킬 수 있을정도의 신뢰감을 가지고 있다는 암묵적인 동의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그런 판사들보다 몇 배를 넘은 군주수업을 받은 왕세자들은 어떠한 존재일까? 성격적인 결함을 가진 연산군이나 강화도령 철종, 반정으로 오른 인조, 왕세자 수업 없었던 고종등을 제외하고 짦은 치세를 남겼든 긴 치세를 남겼든 간에 조선의 군주들은 기본기가 탄탄한 사람들이었다. 드라마속에서 광해의 반대편에 서있는 선조 역시 임진왜란때 적지 않은 판단착오로 인해 백성들이 받게 하기전까지는 나름 괜찮은 군주였다.

 

왕의 얼굴에서 그나마 하나 건질만한 것은 군주론과 관상으로 인해 태생부터 선조와 대립하는 관계를 통해 그려냈다는 것외에 아무것도 없다. 숨겨진 여인 김가희와 사랑 말도 안되는 관상쟁이로 저잣거리를 돌아다니는 광해의 행태 이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생각해도 드라마의 완성도는 현격히 떨어진다.

 

군주수업을 받고 있는 광해가 너무나 여유로운 삶을 누리고 있다는 사실..드라마니까 이해한다 치더라도 어이가 없다. 서인국이 연기한 광해는 총명하지도 않고 유약하며 그냥 갈대와 같은 인물일뿐이다. 명문 사대가의 자제보다 못한 행보가 너무나 씁쓸하기만 하다.

 

 

일에 치여 자신의 시간도 제대로 가지지 못하지만 드라마속에서는 연애질 하느라 바쁜 검사따위와 비교하기에는 전혀 다른 캐릭터인 것이다. 마치 조선왕조의 왕세자를 비하하고 왜곡하는 느낌이다. 겉으로는 백성을 생각하는 군주 광해의 성장과정을 다룬 것 같아 보이지만 드라마의 재미를 위해 퓨전 사극이 아닌 퓨전 왜곡을 만든 것 같다.

 

이 드라마의 극본을 누가 썼는지는 잘 알지는 못하지만 역사에 대해서는 거의 문외한에 가까우며 철학적으로 얕은 깊이를 보여주고 있다. KBS하면 전통사극으로 유명한 방송사이지만 최근 종편에서 만들어지는 퓨전사극의 인기에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는 모양이다.

 

왕의 얼굴은 KBS의 퓨전사극에 대한 무모한 도전이다. 가희와 광해의 사랑은 하나도 애절하지 않으며 선조의 기이한 행보는 그냥 악역을 만들기 위한 무모한 설정이며 임해군, 신성군은 그냥 찌질한 왕세자이며 백성들의 아픔은 동떨어져 있다.

 

대본을 받고 이런 상황이 연상되지 않았던 것인지 이것을 연기하는 배우들의 문제인지를 찾지 않아도 된다. 둘다 모두 엉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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