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체험단 및 삶이야기/일상다반사

충남의 전통 한산 소곡주, 갈길을 잃다.

어린왕자같은 식객 2016. 1. 25. 06:30
728x90
반응형

백제시대를 이어 내려온 대표적인 전통주가 있다. 그 주인공은 서천 한산소곡주로 한산지방의 이름난 명주로 빛깔은 청주와 같다고 알려져 있다. 백제시대의 궁중술로 백제 유민들이 나라를 잃고 그 슬픔을 잊기 위해 빚어 마셨다고 알려졌다. 소곡주를 만드는 방법은 찹쌀로 빚어 100일동안 익힌다. 소곡주라는 이름보다 더 유명한 이름은 바로 앉은뱅이술로 마시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취하여 일어서지도 못하고 앉은뱅이처럼 기어다닌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충남의 전통주중에서 가장 유명하며 판매량이 가장 많은 술이긴 하지만 판매량은 매년 계속줄어 소곡주를 생산하는 소규모 업체들은 운영에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었다. 실제 현장에서 만난 관계자들은 '판로를 모색하고 명품주를 만들려고는 하고 있으나 쉽지 않은게 현실'이라며 이런 현실을 알려줄 것을 요청했다.

 

 

 

명인이 만든다는 소곡주 생산업체를 찾아가서 소곡주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찹쌀(100%)과 누룩을 주원료로 하여 들국화ㆍ메주콩ㆍ생강ㆍ엿기름ㆍ홍고추를 넣은 소곡주는 한산소곡주, 백제소곡주, 불소곡주라는 이름등으로도 불린다. 고혈압도 방지한다는 한산소곡주는 선비들이 한두 잔 마시다가 과거를 치르지 못했다는 전설도 있고, 며느리가 술맛을 보느라고 젓가락으로 찍어먹다 보면 저도 모르게 취해 엉금엉금 기어다닌다는 이야기는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한산소곡주를 마셔보면 짭쪼름한 느낌에 달달한 것이 입안에서 휘감아 도는 느낌으로 도수가 있지만 그 도수를 전혀 느끼지 못할정도로 소곡주의 맛은 일품이라 할만하다. 소곡주는 누룩을 만드는 것부터 시작하는데 밀을 맷돌로 갈아서 나온 건더기만을 모아 물로 혼합하여 비비고 이를 반죽하여 보자기에 넣고 꼭꼭 밝는다. 성형된 누룩은 여러번의 통풍과정을 거쳐 발효시키는데 이 과정은 2개월 보름이나 걸린다. 이 정도 기간이 지나야 좋은 소곡주를 만들 수 있는 누룩이 탄생한다. 그누룩을 이용해 백제의 전통이 살아 숨쉬는 소곡주가 100일만에 탄생한다.  

 

 

이날 이곳을 간 것은 충남 기능성 명품주 세계화 사업의 일환으로 2015년 충남명품주 RIS사업단"전통주전문인력양성과정"이 한산모시홍보관에서 열린다는 것을 전해들었기 때문이다. 2015년 11월 23일 부터 2015년 12월 8일까지 진행되는 이 교육과정은 한산소곡주 뿐만이 아니라 지역적으로 쇠퇴해가는 전통주의 활로를 모색하기 위애 준비된 과정이다.

 

 

전통주가 살아날 수 있는 방법은 외국의 위스키와 같이 스토리를 만들고 고부가가치 상품으로 포장하는 것이 가장 빠른 방법일 것이다. 특정 위스키의 스토리텔링을 위한 좌담회에 여러번 참석해본 적이 있는데 국내에서 잘팔리고 있는 위스키 제조회사들 역시 끊임없이 브랜드가치를 높이고 스토리텔링을 만드는데 적지 않은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책자에는 일반 증류주의 품질인증기준부터 제조방법기준 뿐만이 아니라 마케팅 방법이나 전통주에서 명품주로 거듭나기 위한 방법을 정리해서 삽입해 놓았다.

 

 

현실이 녹녹치 않다는 것을 대다수의 참석자들이 인식하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전통주를 제조해서 판매하는 업에 종사하고 있었는데 모두들 인상이 그다지 밝지는 않았다. 그래서 그런지 강사가 설명하는 것을 모두 진지하게 경청하면서 때로눈 토론도 하고 때로는 방법론을 의논하면서 자연스럽게 다음주제로 넘어가고 있었다.

 

 

이 도로에 인접한 소곡주 제조.판매업체만 10여곳이 되보였는데 관계자는 개점휴업인 업체들도 적지 않다고 귀뜸을 해주었다.

 

 

한산 지역에 오면 수많은 소곡주 판매장등이 있으나 한산하다. 직접 제조와 판매를 담당하시는 분들을 만나서 물어보니 직원은 쓸 엄두가 안나서 가족끼리 제조하고 판매하고 있는 상태이다.  그래도 수입이 좋지 않아 1년이 지날때마다 고민은 더해지고 있다고 한다.

 

한산의 건지산 밑에서 나는 약수로 빚은 소곡주는 연한 미색으로 단맛이 있고, 점섬이 있으며 전통주로는 도수가 높은 18%의 술이다. 감칠맛에 향은 들국화향을 그대로 품고 있어서 향이 좋은 소곡주도 시대변화와 현대인들의 입맛변화를 못 따라잡은 것이라고 볼 수 있을까? 전통주가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두가지중 하나가 만족되면 된다. 하나는 판매량이 많아서 수익성이 개선되던지 정부에서 매기는 주세가 낮아져서 낮은 판매량을 보완하는 방법이다. 두 가지중 어느 하나도 쉽지 않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한산 소곡주의 진가를 알리고 입맛이 서구화되고 희석주 위주의 주류시장을 변화시키는 방법일 것이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