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스티발은 얼핏보았을때 옴니버스식으로 구성된 가슴따뜻한 연애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으나 직접 보고나니 색다른 개념(?)의 변태영화가 아니었나 생각이 든다. 주로 발렌타인 데이나 연말에 나오는 영화들의 특징은 모두 해피엔딩이면서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그리는 경향이 다분하다.
신데렐라 스토리라던지 사회적으로 높은 위치와 낮은 위치에 있는 사람들의 사랑 그리고 온달왕자 스토리등 모두들 해피하기가 둘째가라면 서러울정도이다. 페스티발은 엄정화가 부른 상업적인 노래의 제목으로 엄정화가 가수로서의 전성기를 보여주었던 노래라고 볼 수 있다. 지금은 혼자서 주목받기에는 너무 힘든 가요시장이 되어가고 있지만 가끔 아이유같은 가창력있는 가수가 주목받는것도 바람직해 보이는 현상이다.
7명의 배우가 주연배우로 등장하는 페스티발은 다양한 7개의 스토리를 그려나가고 있으나 부족한 무언가를 채우고 있지는 못하다. 영화는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마음 속 깊숙이 간직하고 있던 자신만의 성적 욕망을 솔직하게 드러내고, 진정한 정체성을 찾아 세상과의 소통을 시도한다는 컨셉인데 아주 따뜻한 영화도 아니고 그렇다고 자아성찰을 깊이 있게 그려내고 있지도 못하다.
엄지원은 섹시하다?
연예인의 기준으로 보면 엄지원은 너무나 평범하다. 그리 이쁜 얼굴도 아니고 그다지 섹시하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물론 현실에서는 좋은 페이스인것은 사실이지만 연예인들이 워낙 외모가 출중하니 가려질 수 밖에 없다.
페스티벌에서 유일하게 섹시한 여자는 엄지원뿐이 없는듯 하다. 장배의 여자친구이자 그의 일방적인 태도에 질려 비밀스럽게 혼자만의 장난감으로 욕구를 채우는 학원강사로 등장하는데 지적이면서 나름 섹시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일방적인 마초남에게 질려있는 여성으로서의 모습이 잘 와닿지 않은 느낌이다. 그러다가 갑자기 권태로운 연애 생활을 극복하고자 섹시 판타지인 여고생 페티쉬를 선택, 자신의 몸에 딱 맞춘 교복을 빌려 입고 ‘장배’를 유혹한다는 느낌은 여러모로 어색하다. 영화를 본 사람들이라면 좀 뜬금없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것이다. 그래도 엄지원이 없었다면..영화는 더 재미가 없었을것이다.
누구나 섹시 판타지를 가지고 있다?
영화는 모두들 정상이 아닌 7명을 등장시킨다. 즉 소수의 섹스취향을 가지고 있는 마이너를 등장시킴으로써 자연스럽게 살고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는 자신을 당당히 드러내고 원하는 바를 즐기면서 스스로 행복해져야한다고 역설을 하는데 상당수의 관객들의 공감대를 형성하기에는 좀 부족하다.
영화속에서 순심과 기봉은 나름 정상인들이 봤을때 변태라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한 캐릭터이다.
‘순심’과 ‘기봉’의 性스러운 놀이터로 그들의 섹시 판타지를 채워줄 놀이기구들이 즐비하게 놓여 있다. 던전 내부 벽면에는 ‘기봉’이 ‘순심’을 위해 준비한 다양한 장비들이 전시되어 있다.
제작진은 재미있고 신선한 웃음을 선사하기 위해, 오랜 시간 브레인스토밍을 통해 하나하나 아이디어를 낸 것이라고 하는데 흠 글쎄? 소품을 준비하는데 심혈을 기울이다가 결국 스토리 구조를 잊어버린것은 아닌가 생각을 해보게 된다.
사람들은 누구나 다른 내면을 가지고 있다. 이상형이 가지고 있는 외형적인 섹시 판타지일수도 있고 정신적인 모습일수도 있다.
사람이라는것이 육체와 정신으로 양분된것이 아니기 때문에 매우 복잡한 동물이다. 대다수의 동물들은 정신적인 교감보다는 생존학적인 유전특성에서 배우자를 고르고 자신의 후손을 만드는데 모든 힘을 쏟는다. 그렇지만 사람들은 문명이라는것을 만들어가면서 동물들이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욕망도 가지고 있다. 그렇기에 하나로 모든것을 설명하기에는 부족하지만 페스티발에서는 모든것을 육체적인것 하나로 표현한듯한 느낌을 지울수가 없다.
고등학생과의 사랑
영화속에서 류승범은 당돌한 여고생 ‘자혜’와 그런 자혜의 육탄전을 방불케 하는 온몸 대쉬에도 왠 일인지 굴러들어온 복덩이를 제 발로 차는 베일 속의 오뎅장수 ‘상두’로 등장한다.
고등학생과의 사랑은 원조교제라는 이름의 매우 무서운 사회적인 엄벌(?)이 기다리고 있는 지뢰밭을 걸어가야 되는 부러운(?) 길이다.
남자들에게는 어리고 이쁜 여성과의 만남은 항상 꿈꾸는(?) 판타지 세상일 수도 있다. 누구나 보편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소통과 행복에 대한 욕망을 이야기하고 있는 영화라는 컨셉에는 고등학생과의 사랑이 등장할 수밖에 없는가?
게다가 이 고등학생은 무슨짓을 하고 돌아다니는지 사채까지 쓰는 매우 무서운 여고생에다가 일본에서 유행하는 입었던 속옷판매까지 서슴치 않는 당돌하면서 평범하지만은 않는 여고생이다.
자연스런 욕망의 이름 변태
우리는 변태라는 것을 바바리맨 혹은 지하철에서 성추행 하는 남자들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변태라는 것의 의미는 사전적으로는 본래의 형태가 변하여 달라짐을 의미하는데 즉 인간적이지 않는 모습 혹은 변이된 모습이라고 말할 수 있을듯 하다. 과연 그것이 변태일까라는 물음표를 관객에게 던져준 영화 페스티발은 그 시도자체는 의미있다고 볼 수 있다.
주로 문제있는(?) 남성을 대상으로 스토리를 이어간 영화 페스티발은 남성의 사이즈가 클수록 여자들이 만족할 것이라는 생각, 짜릿한 고통의 쾌감이 좋다는 생각, 여성 속옷의 매끈매끈한 감촉과 레이스가 좋다는 생각, 실제모습처럼 보이는 마네킹을 좋아한다는 생각이 누구에게 피해를 입히는가를 생각해본다.
왜곡된 사회의 압박은 우리의 남성들을 왜곡된 성취향으로 몰아가는것은 아닌지 혹은 자신의 생각대로 살아가는것이 힘든 우리의 남성은 자신을 다른 감옥속에 넣고 있는지 생각해보게 한 영화 페스티발..영화는 그냥 그랬다.